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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각본> _밀리의 서재감상평. 2022. 9. 3. 07:00반응형
올해 정말 재밌게 본 영화 중에 하나인 <헤어질 결심>의 각본이 밀리의 서재에 나왔다. 이를 발견한 순간 바로 읽기 시작했다. 어쩌면 영화보다 더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책 소개와 함께 감상평을 공유하려고 한다.
책 소개
출처 : 밀리의 서재
<헤어질 결심>의 오리지널 각본,
영화에서 만나지 못한 순간들과 마주하다
영화 각본이 선사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촬영과 편집을 마친 최종 결과물과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다. 『헤어질 결심 각본』은 특히 이런 발견의 즐거움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서래가 직접 지어낸 『산해경』 이야기는 서래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열쇠를 하나 더 제공하며, 이포로 떠난 해준이 전해 듣게 되는 질곡동 사건의 후일담은 불길한 기운을 풍긴다. 어두운 밤에 세차를 한답시고 밖으로 나간 해준을 바라보는 정안의 실루엣도 각본에서만 만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듯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부분들 역시 하나같이 <헤어질 결심>의 세계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어서, 이 책의 독자들은 자신만의 ‘관객판’ 편집본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각본의 표지를 장식한 산해경 그림이 지닌 무게감은 각본을 읽음으로써 비로소 체감할 수 있다. 이 산해경은 단순한 필사본이 아니라 서래의 외할아버지인 계봉석으로부터 주어진 유산이며, 특히 필사 과정에서 필사자의 창작이 자유롭게 섞여 들어가는 책이기 때문에 그의 삶이 은연중에 노출된다. 따라서 이 산해경을 다시 한글로 필사한 서래의 녹색 노트는 그녀의 삶을 설화의 형태로 비추는 거울 또는 수정구가 되어, 좀처럼 자신에 대해 발화하지 않는 서래의 내면을 살피도록 관객과 해준을 이끈다. 예를 들어 서래 대신 월요일 할머니의 집에 간 해준이 할머니에게 읽어 주는 대목에 등장하는 벌레들은 그보다 앞서 해준이 서래에게 들려준 시체 먹는 벌레 이야기에 등장했던 것들이고, 이는 서래의 삶에서 해준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살인과 추락으로 끝나는 이 짧은 일화는 그 직후 해준이 서래의 살인 트릭을 복기하는 장면과 보이스 오버로 이어지면서 비극적인 현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렇게 영화 속의 현실에 가까이 닿아 있는, 때로는 그 현실을 예견하는 듯한 이야기가 서래의 내면 어디에서 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죄의식, 무의식, 아니면 스스로의 삶마저 하나의 소재로 사용하는 작가적인 냉정함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다양한 가능성은 <헤어질 결심>을 더욱 풍부한 가능성 속으로 이끈다.
물론 영화 속의 명대사들을 그대로 재확인하는 즐거움도 크다. <헤어질 결심>은 이 ‘확인’의 즐거움이 각별한 작품이기도 하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래의 한국어 대사와 번역기 스타일로 작성된 한국어 문장들은 활자로 읽었을 때도 특별한 매력을 풍기며, 해준의 대사 역시 단어 선정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천천히 톺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어 대사에는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 그 의미를 더 깊이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게 영화의 안과 밖을 충실히 담은 각본을 읽고 나면 <헤어질 결심>의 여운을 더욱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감상평.
각본은 처음 읽어보는데 워낙 재밌게 봤던 영화라서 관심이 갔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대사를 제대로 듣지 못한 부분이 좀 있었는데 각본을 통해 명확히 읽어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연출이나 그 행동의 이유에 대한 묘사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연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머릿속에 영화를 그려보면서 각본을 재밌게 읽어나갔다.
나는 데일밴드 위에 향수를 뿌리는 장면이 해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방수가 잘 되나 시험해보려는 행동으로 의도된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이렇게 행동만 보고 내가 판단한 것과 그 행동의 의도의 갭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약간 정적으로 루즈하게 흘러갈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각본을 읽으니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빠르게 내용이 전개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한 장면을 통해 정신없이 대사를 들으며 배경 및 연출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각본을 읽으면서 더 자세한 디테일을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눈치가 없어서인지 세심하고 꼼꼼하지 못해서인지 인물의 시선처리 등 놓치기 쉬운 디테일한 부분을 다시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본을 읽는 것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너무 재밌고 몰입도가 높아서인지 얼마 남지 않은 페이지가 아쉬웠다. 그래서 더 천천히 아껴가며(?)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결말까지의 각본을 다 읽었고, 역시나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본을 읽으며 다시 볼 수 있었던 명대사를 적어본다.해준
내가 언제 사랑한다고 했어요?서래
(쓴웃음 지으며 중국어로)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이렇게 각본의 매력에 빠져 다른 각본들을 밀리의 서재에서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꽤 나왔다. 다음엔 일단 <아가씨>의 각본을 읽어봐야겠다.총 평
: 5점 / 5점 만점
어쩌면 영화보다 더 재밌는 <헤어질 결심> 각본.반응형'감상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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